하빕 누르마고메도프 본문

선수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BUAKAW 2020. 10. 25. 08:56

 

동체급 최고의 기술을 가진 레슬러이자, UFC 역사상 가장 강력한 그래플러이다. 힘도 매우 좋고 상위 포지션에서 눌러 놓는 주짓수 기술도 매우 좋아서 상대가 누구든 그라운드로 끌려가면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옥이 펼쳐진다. 보통 레슬러 베이스의 선수들이 일명 개비기를 시전하면 야유가 나오는데, 하빕은 그라운드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니온밸리를 위시해 다양한 포지션 이동, 가드 패스, 크루시픽스, 엘보, 파운딩 등 온갖 스킬들을 쉴 새 없이 몰아치기 때문에 그런 야유가 들리지 않는다. 체급 내에서 힘이 워낙 사기이다 보니 많은 완력이 필요한 기술들도 구사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동체급 내 최강 그래플러이자 월드 클래스 주짓떼로인 하파엘 도스 안요스도 눌러놓았으며 마이클 존슨과 같은 레슬러 출신도 눌러놓는건 물론 파운딩으로 그라운드에서 피니쉬 했다. MMA전문 분석가인 bjj 스카우트는 하빕이 위대한 그래플러들인 데미안 마이아, GSP, 벤 아스크렌을 섞어 놓은것 같은 상위 컨트롤 능력을 보여준다고 했다. 하빕이 이렇게 그라운드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것은 그저 레슬링 기술만 좋은 레슬러로만 분류할게 아닌 그라운드, 즉 주짓수의 이해도가 매우 뛰어난 그래플러라고 분류하는것이 맞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하위 포지션으로 끌려가면 끝장이므로 이를 피하려고 하지만 문제는 테이크다운 기술도 달인급. 유도와 레슬링의 혼종이 얼마나 끔찍한지 제대로 보여준다. 원렉/싱글렉과 더블렉에만 의존하지 않는 것 부터가 굉장한 장점으로, 밭다리후리기 및 관련 연계기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그렇다고 해서 섬세한 발기술들에 의존하는 타입은 결코 아니다. 싱글렉/더블렉, 태클은 물론이고, 상대를 뽑아서 메침과 동시에 사이드 컨트롤을 점해버리기도 한다. 한마디로 사람 메치는 데에는 도가튼 선수이다. 기술적으로도 깔끔하고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여기에 운동능력과 집념까지 겸비하여 상대가 테이크다운 방어 기술이 어지간히 좋던 나쁘던 건에 일단 기어코 눕힌다. 그나마 글레이슨 티바우 정도가 하빕과의 메치기 공방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티바우는 약쟁이인지라. 게다가 하빕 자체의 맷집도 좋은편이니 잘 쓰러지지도 않을뿐더러 다운은 커녕 그로기조차 허용한적도 없다.

하빕의 패턴을 잘 살피면 레슬러답지 않은 뛰어난 거리감각과 풋워크를 바탕으로 탐색전을 하면서 상대를 서서히 압박하는 양상을 보인다. 상대는 펜스로 몰려 테이크다운을 당하면 끝장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밀리지 않으려고 강하게 타격하지만 하빕은 거리 조절과 커버링으로 흘리거나 맷집으로 씹고 나서 돌진한다. 초반에는 신중히 압박하다가 때가 되면 상대를 펀치 러쉬로 케이지에 몰아 버린 뒤 클린치를 잡고 상대를 그야말로 종이처럼 구겨 버린다. 그런 다음에는 언더훅을 판 뒤에 상대를 손쉽게 넘겨 버리고 파운딩 폭격을 시작한다. 한번 그라운드에서 갈려 버린 상대방은 완전히 기진맥진하여 스트라이커들도 점차 스탠딩에서까지 하빕에게 밀리는 양상을 보인다.

하빕을 흔히 괴력의 레슬러로 비유하지만, 포이리에의 말처럼 하빕의 진정한 무서움은 완력에서 오지 않는다. 알 아이아퀸타는 자기가 상대해본 선수 중에는 케빈 리가 완력이 제일 강하다 했는데, 하지만 하빕은 다른 완력에 의존하는 레슬러들과는 달리 무게중심과 지레에 대한 엄청난 이해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5라운드 가까운 시간 동안 크게 체력을 소모하지 않고 상대를 눌러놓을 수 있는 것이다.

하빕의 경기 대부분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흘러간다.

1. 스티프 잽, 플라잉 니, 양훅 러쉬를 통해 상대를 케이지 구석으로 몰아넣는다. 한 번 코너에 몰린 상대는 자신있게 타격을 하기 어려워지고 직선적으로 들어가는 테이크다운을 방어하기 어려워진다(하빕에게 그나마 유효한 포스팅/스프롤 계통의 테이크다운 방어는 후퇴할 거리가 필요하기 때문).

2. 타격 러시를 방어하느라 가드가 올라가 있는 상대에게 그대로 하단 태클(더블, 싱글, 로우 싱글)을 집어넣는다. 이후 케이지에 들이박힌 상대의 상체로 올라와 클린치를 건다. 다른 레슬러들과 달리 하빕은 체력이 쉽게 빠지지 않기 때문에 상체 클린치를 잡는 것이 오히려 더 효율적이다. 이 때 상대가 상체 클린치에서 다리를 노출한다면 하이 크로치 등으로 바로 메쳐 그라운드로 끌고 간다.

3. 상대가 클린치에서 언더훅을 파도록 유인한 후, 오버-언더(서로가 서로의 언더훅을 판 상태)에서 바디락을 잡근 뒤(양손을 마주잡아 상체를 끌어안은 뒤) 우월한 그래플링 기술로 상대를 넘겨 버린다. 이 때는 데미안 마이아 스타일의 레그트립, 유도 스타일의 허리후리기 등이 사용된다.

4. 넘어진 상대가 엉덩이를 땅에 대면 주짓수식 레그 트라이앵글로, 무릎을 땅에 대면 레슬링식 라이드로, 등을 땅에 대면 가드를 패스하고 사이드/크루시픽스 사이드를 탄다. 이 때 하빕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성향은 상대의 팔과 다리를 컨트롤하는 것이다. 주짓수적인 개념인 "상대의 다리를 땅에서 떼 제압한다"와 레슬링적인 개념인 "손싸움을 해 베이스를 깨뜨린다" 양측을 깊게 숙지한 것이 보이는 방식인데, 레그 트라이앵글로 다리를 잠근 뒤 상대의 포스팅한 팔을 쳐내 눌러놓거나 라이드를 해 다리를 먹은 뒤 상대의 등 쪽으로 손을 넘겨 2on1으로 손목을 컨트롤하거나... BJJ스카웃의 표현을 빌리자면, 컨트롤적인 측면에서 벤 아스크렌과 데미안 마이아, GSP를 한 곳에 뭉쳐놓은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무시무시한 펀치 세례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

5. 어찌어찌 빠져나와도 백 클린치를 잡고 레그트립과 슬램 등, 우월한 매트 리턴 기술로 상대를 농락한다. 이후 상대가 힘이 빠지면 백을 타 리어 네이키드 초크 나 펀치로 끝을 내 버린다. 상대는 이미 손싸움과 펀치로 인해 지쳐 있어 초크를 방어할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

이런 식으로 너무나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기 때문에 하빕을 상대하는 선수들은 전의를 가질래야 가질 수가 없다. 그 코너 맥그리거 도 4라운드 내내 봉제인형처럼 끌려다니다 손싸움을 포기하고 초크를 내어주었으며, 더스틴 포이리에 도 혼신의 힘을 다한 길로틴이 풀리자 맥없이 경기를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사실 하빕의 테이크다운 기술이 원래부터 이렇게 뛰어났던 것은 아니다. 중소무대 시절과 UFC 데뷔 초기의 경기 모습을 보면 하빕의 테이크다운 전략은 무조건 먼 거리에서의 싱글렉-싱글렉 덤프로 엎으려 시도-막히면 파이프 포지션에서 엉덩방아를 유도-그것도 막히면 백으로 빠져나가기 정도로 굉장히 단조로운 모습을 보였다. 물론 이것만 해도 무려 3개의 기술이 결합된 콤비네이션... 이지만 이 정도의 체인 테이크다운 기술로는 UFC의 난다긴다하는 파이터를 모두 넘길 수는 없었고, 이는 글레이슨 티바우와의 경기에서 모든 테이크다운 시도가 실패하며 그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25].

그 이후 AKA에서 절치부심하며 얻은 기술이 바로 클린치에서의 바디락 테이크다운. 원래 삼보를 하며 가지고 있었던 상체 컨트롤에 대한 경험치가 AKA의 체계적인 레슬링 코칭에 의해 제대로 깨어난 것. 이후 하빕은 아벨 트루히요와의 경기에서 무려 22번의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며 완전한 학살을 보여주었다. 지금의 레슬링 괴물 하빕의 이미지를 만들어준 경기.

하빕의 타격은 그리 뛰어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공격 면에서 타격의 정확도나 거리감각은 레슬러치곤 준수하지만, 상체가 너무 서 있고 폼이 뻣뻣한 데다 헤드헌팅(상대의 머리만을 목표로 두고 바디 공격을 잊어버리는 것)을 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지만 신체 능력이나 체력이 좋기 때문에 항상 일정한 페이스로 상대를 압박할 수 있고, 상대에게 테이크다운을 당할 것이란 생각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플라잉 니 같은 과감한 기술도 거리낌없이 던지곤 한다. 물론 닥돌 후 가드도 없이 주먹을 마구 휘두르는 모습을 보면 명성에 비해 타격이 엉성해 보이고 타격 능력 자체는 약점이라고 봐야된다. 그리고 압도적인 그래플링으로 인해 풀파워 강 타격을 제대로 맞아본적 자체가 별로 없어서 저스틴 게이치, 네이트 디아즈, 토니 퍼거슨처럼 여러번 강한 턱을 증명한 맷집왕들과 달리 아직까지 하빕의 맷집/턱은 의문부호가 달려있다.

상대가 공격할 때 숄더롤링을 하며 뒤로 빠지는 경향이 있는데, 안면 방어는 의외로 준수한 편이지만 [26] 킥 방어는 그리 좋지 못하다. 상대가 레슬링에 대한 위혐으로 킥을 많이 차진 않지만 킥을 찰 때는 꽤 허용한다. 킥에 대한 카운터 태클도 보여주지 못한다. 에드손 바르보자가 미들을 뻥뻥 차대는데 그걸 모두 맞아주다가 공세가 멈추고 나서야 공격적으로 들이댄다. 상대 타이밍을 비집고 들어가는, 이른바 스윗 사이언스류의 카운터 전략을 거의 쓰지 못한다.

그러나 하빕의 무기는 어디까지나 레슬링이기 때문에, 그 무시무시한 레슬링을 신경쓰다 보니 제대로 된 공격도 해 보지 못하고 허망하게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요사이엔 레슬링 페인트를 주고 타격을 끼워넣는 고전적인 타격 전략에서 재미를 많이 보는데, 페인트에 이은 오버핸드로 그 코너 맥그리거를 엉덩방아찧게 만들었다. 이때 보여준 의외의 강점은 핸드스피드. 거의 마이클 존슨 수준의 번개같은 오버핸드 훅을 보여주며 그냥 물주먹이 아니라는 것 또한 입증하게 되었다.

일반적인 레슬러들은 테이크다운 방어가 좋고 압박이 강한 타격가들에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하파엘 도스 안요스, 마이클 존슨, 에드손 바르보자, 코너 맥그리거 처럼 압박을 즐기며 TDD 수준이 높은 타격가들도 하빕의 레슬링/그레플링이 워낙 압도적이니 테디에 집중이 쏠리다가 스탠딩 상황까지 하빕에게 밀리게 된다. 옥타곤 중앙에서 의외로 쉽게 하빕의 레슬링을 막지만 초인적인 체력을 바탕을 한 체인 레슬링이 빛나는 케이지쪽으로 필사적으로 끌고 가니 일반적인 對레슬러 전략은 거의 통하지 않는 모양. [27]

비록 스텐딩 타격은 상위권 선수들 중에서 가장 어설프지만 최근 알 아이아퀸타와의 경기를 기점으로 왼손잽을 장착한 모습을 보이며 초반 스탠딩상황에서도 쏠쏠한 재미를 보고있다. 테이크다운을 위한 타격 대신 타격을 위한 타격 셋업도 간간히 시도하고는 하는데 원래 레슬러는 타격에 재미들려 있을 때가 가장 위험한지라... 아니나다를까 더스틴 포이리에와의 방어전에서 위험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위기를 벗어나고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이며 승리를 따냈다. 그렇지만 고질적인 문제점은 아직 고쳐지지 않은 듯.

정리하자면, 그라운드에서는 극강의 모습을 보이고, 매우 위협적인 그래플링으로 인해 스탠딩에서마저도 일류타격가들에게 밀리지 않는 UFC 최강의 레슬러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선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미 크루트  (0) 2020.11.18
윤창민  (0) 2020.11.16
이레네 알다나  (0) 2020.10.09
맥켄지 던  (0) 2020.09.21
[선수] 장 웨일리  (0) 2020.09.11
Comments